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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 -곽효환-

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그 설렘도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던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떨림도 북촌마을 막다른 골목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던 입맞춤도 그냥 지겨워질 때가 있지 그래서 보낸 사람이 있지 세월이 흘러 홀로 지나온 길을 남몰래 돌아보지 날은 어둡고 텅 빈 하늘 아래 드문드문 가로등불 오래된 성당 앞 가로수 길에 찬바람 불고 낙엽과 함께 뒹구는 당신 이름, 당신과의 날들 빛바랜 누런 털, 눈물 그렁그렁한 선한 눈망울 영화 속 늙은 소 같은 옛날 사람 시들하고 지겨웠던, 휴식이고 위로였던 그 이름 늘 내 안에 있는 당신 이제 눈물을 훔치며 무릎을 내미네 두근거림은 없어도 이..

기다리는 사람에게 -안도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불 꺼진 간이역에 서 있지 말라.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 길고 찬 밤을 건너 가려면 그대 가슴에 먼저 불을 지피고 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비로소 싸움이 아름다운 때가 왔다. 구비구비 험한 산이 가로막아 선다면 비껴 돌아가는 길을 살피지 말라. 산이 무너지게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함성이 기적으로 울 때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그대가 바로 기관차임을 느낄 때까지

카테고리 없음 2023.01.08

가을에

가을에 -김영현- 외로운 사람들이여 외로워서 죽고마는 사람들이여 그냥 외로워하시게나 가을은 그렇게 외로운 사람들의 것이니 들꽃도 가을벌레도 그리고 너도 나도 처음부터 외로웠으니 외로움이 또 다른 외로움 보며 살아왔으니 곧 눈보라와 함께 겨울이 올 것이다 찬바람도 윙윙 불어 올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이여 외로워서 끝내 죽고마는 사람들이여 이 계절엔 그대를 위로할 말이 아무것도 없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