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과장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지각을 밥 먹듯 하는 최 대리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이 안 나오기 때문.
“최 대리, 많이 힘들어? 출근이 늦네?” 라며
좋게 얘기도 해봤다.
하지만 최 대리는 그대로다.
도리어
“아침에 눈뜨기 너무 힘드네요. 하하”라며
능청을 피웠다.
오늘도 그렇다.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지났건만
나타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버릇을 고쳐놔야지.”
점심시간이 다 돼 나타난 최 대리.
아무 일 없다는 듯 업무를 시작한다.
방 과장이 최 대리를 부른다.
“최 대리. 지금 몇 신가?”
“네? 아,하하 오늘 좀 많이 늦었네요. 죄송해요, 과장님.
”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최 대리.
하지만 방 과장은 더 엄격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일이 많은 건 알아.
하지만 자네처럼 지각을 밥 먹듯 하는
게으른 태도론 더 크게 성공하기 힘들어.
무슨 뜻인지 알아?”
“네. 하지만 게으른 게 아니라….”
룰은 지켜야 하는 거야.
회사가 장난이야?
다 자넬 위해 하는 얘기니까
다음부턴 절대 지각하지 마.
이만 가봐.”
시무룩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최 대리.
그러더니 몇 시간 후
“과장님, 오늘 조퇴 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곤 먼저 퇴근을 한다.
방 과장은 당황스럽다.
‘혹시 내가 지각한다고 꾸중해서 그런 건가?
하지만 상사인 내가 이 정도 지적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방 과장의 커뮤니케이션,
뭐가 잘못된 걸까?
부하직원을 ‘깬’ 후엔
두 가지 결과가 나온다.
하나는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각오를 다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할 맛 안 나네”라고 역효과가 나는 것.
방 과장은 슬프게도 후자의 결과를 맞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방 과장이 전형적인
‘너 전달법(You-Message)’으로 말했기 때문.
너 전달법은 말 그대로‘너’,
즉 상대의 행동이나 정체성에 대해
내가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자넨 너무 이기적이야”
“사회성이 부족해”처럼.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리더가‘난 당신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으니,
당신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만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밖에 없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꾸중만 한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
그렇다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잘 깨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방법은 ‘나 전달법(I-Message)’으로 말하기다.
나 전달법을 위해선
먼저 ‘사실(fact)’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내가 느끼는
‘감정(feeling)’을 표현한다.
‘당신은 어때’가 아니라
‘당신의 어떤 행동 때문에
난 이렇게 느껴’라고 말하는 것.
주어를 ‘나’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나의 ‘의도(intention)’를 드러내야 한다.
‘혼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의도’로 말하는 것임을
공유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각 대장 최 대리에게
나 전달법으로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자넨 지난 일주일 중 4일을
출근시간 1시간이 지나 사무실에 도착했어(사실).
난 자네의 지각을 다른 팀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돼(감정).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조직에서 자네가 더 많이 발전하려면
룰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야(의도).”
어떤가?
‘지각을 하지 마라’는 같은 메시지를 전하지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감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부분의 리더는 부하직원을 ‘깨는’ 데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깨느냐에 따라
부하직원이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있다.
당신의 스타일은 어느 쪽인가?
.................한국표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