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주간동아
[안병직 교수의 5분 세계사] |
생각하는 여행자, 떠밀리는 관광객 인간은 여행과 새로운 것 갈망 … 교통 발달로 여행 대중화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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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을 맞아 국내외 여행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해외여행객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름휴가가 시작된 7월 중순 이래 인천공항 출국자가 하루 10만여 명에 이르고, 올여름 전체적으로 약 200만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올 것으로 추산된다.
목적적 여행에서 즐기는 여행으로 여행은 인간의 본능이자, 오래된 활동 가운데 하나다. 여행의 역사는 서양의 경우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여행도 오늘날처럼 각양각색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올림피아 경기에 참여하고자 여행길에 올랐고, 신탁을 듣기 위해 델포이로 여행을 떠났다. 고대 그리스의 상인들은 멀리 지중해와 소아시아 지역까지 배를 타고 장삿길에 나섰다.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린 탐사여행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기원전 5세기 헤로도토스의 여행이다. 그의 여행 경로는 오늘날 상상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했다. 동쪽으로는 유프라테스 강을 거쳐 바빌론, 서쪽으로는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북쪽으로는 우크라이나, 남쪽으로는 이집트까지 이르렀다. 고대 로마인도 여행에 적극적이었다. ‘인간이란 본래 여행을 즐기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존재’라고 규정한 이도 로마의 문인 플리니우스였다. 아피아 가도(街道)처럼 돌로 포장되거나 자갈이 깔린 길이 북해에서 사하라까지, 대서양에서 도나우와 메소포타미아까지 이어지며 약 20만km에 달했던 사실은 활발한 로마시대 사람들의 왕래를 짐작게 한다. 고대 소아시아 출신 한 상인의 묘비 기록에 따르면, 그는 사업차 이탈리아를 72번이나 방문했다. 사업이나 장사 외에도 고대 로마인들의 여행 목적은 다양했다. 로마 귀족들은 여름이면 피서를 위해 남동쪽 알바니아 산맥이나 나폴리 만으로 향했다. 또 목욕을 즐긴 로마인들은 유황과 철분이 함유된 온천을 찾았다. 휴양과 아울러 낯선 문물을 익히고 식견을 넓히고자 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었다. 그들이 선호한 여행지는 아테네, 코린트, 스파르타 등 기념비적 건축물이 있는 그리스였으나, 이집트 파라오 신전에 남아 있는 로마인의 낙서가 보여주듯 그보다 먼 거리의 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중세에는 몇 가지 새로운 유형의 여행이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순회 통치에 나선 군주들의 여행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중세 유럽의 국왕들은 수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주교나 세속 봉신(封臣)의 성(城)과 도시를 방문해 일정 기간 머물며 왕국을 통치했다. 국왕의 순회여행은 중세의 특징적 현상이었으나, 중세 유동인구의 대다수는 국왕처럼 고귀한 신분이 아니었다. 그들은 혼자 또는 무리 지어 궁정과 마을을 떠돌아다닌 음유시인, 곡예사, 광대들이었거나, 장인이 되기 위한 수련 과정으로 편력 여행길에 올랐던 수공업의 직공들이었다. 그러나 중세 유럽에서 가장 특징적인 여행은 순례여행이었다. 유럽 도처에서 수천 명의 성직자와 평신도가 예루살렘을 비롯한 기독교 성지를 향해 속죄를 위한 순례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원거리 여행의 여독, 역병, 이국의 기후와 풍토병 등으로 고초를 겪고 때로는 목숨을 잃었지만 순례여행을 일생의 소원으로 동경했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였던 르네상스는 여행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르네상스의 본질을 세속화로 보았던 역사가 부르크하르트가 르네상스 정신으로 설파한 ‘자연과 인간의 발견’은 여행에 가장 잘 나타났다. 종래 사람들은 정치, 사업, 순례 등 특별한 목적이나 불가피한 이유로 여행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특히 종교적 믿음과 성찰을 위한 방편으로서 여행의 의미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여행 자체를 위해 떠나기 시작했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 더 의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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