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내가 좋아하는 시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

FREE AS THE WIND 2017. 5. 12. 11:27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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